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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약없이 치고빠지기… IPO 한파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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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가 높게 책정돼 증시에 입성한 후 주가가 반짝 올랐다 뚝 떨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장 당일 벌어지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주목한 투자자들에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이 주식을 일정기간 갖고 있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은 줄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팩(SPAC)과 리츠를 제외한 공모주는 총 57개 종목이다. 올해 초부터 전일 청약을 시작한 이차전지 부품기업 '성우'까지 집계한 결과다.

IPO 추진 기업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올해는 종목들의 최종 공모가가 기업이 희망한 공모밴드를 넘어선 비중은 반대의 경우보다 많았다. 공모밴드 상단을 상회한 종목은 45개인 반면, 공모밴드 하단을 하회한 종목은 1개에 그쳤다.

공모밴드 상단을 초과한 비중은 작년에 비해 커졌다. 공모밴드 상단을 웃돈 종목은 지난해 40개. 전체 82개 청약 종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8%를 기록했다. 올해는 공모밴드 상단을 초과한 종목 비중이 78.9%(57개 종목 중 45개)에 육박했다. 공모밴드를 웃돈 경우가 비일비재해진 셈이다.

초과한 금액도 컸다. 올해는 공모밴드 상단을 평균 22.27% 상회했다. 작년(공모밴드 15.26% 초과)에 비해 7%포인트(p) 가량 높다.

이런 수치는 청약 신청을 받을 때 투자자들이 공모가를 높게 써내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공모가를 비싸게 써낼 경우 공모주 배정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배당은 많이 받돼, 의무적인 주식 보유는 피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보유한다는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작년대비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기관 평균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올해 7.89%로 작년(10.79%)에 비해 약 3%p 하락했다. 최근 3개월간 기관 확약비율 평균치도 2%대로 저조했다. 8월 2.63%, 9월 2.53%, 10월 2.20% 등이다. 하반기 들어 시프트업(기관 확약비율 32.98%), 산일전기(42.37%) 등 주목받았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확약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다.

전체 시장 분위기도 냉랭하다. 하반기 공모주 최대어(魚)로 꼽혔던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IPO에 실패했다. 최소 5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였지만 기관 수요예측부터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작년 2월 상장 철회 후 두 번째 고배를 마신 것이다. 자체적인 고평가 논란도 상장 철회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두 달 연속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렬과 삼성전자 등 대장주의 가격 하락세 등 전반적인 증시 부진 탓에 IPO 시장도 위축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싸게 배정 받아 보유확약을 걸어놓은 뒤 시간이 지나 종목의 성장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을 활용했다면 요즘은 확약을 걸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공모가가 비싸게 시작하는 대신 확약은 걸지 않고 '치고 빠지겠다'는 것으로 증시 부진이 악순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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